지금 다시, 일본 정독 :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이창민 지음
80년대 생으로써 나에게 일본은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이자, 한편으로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음악과 게임, 문학을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지만) 학창 시절 '일본에서 만든 것'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크다.
닌텐도와 세가에서 만든 게임기, 주간지에 드래곤볼이 나오면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그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던 날들, 일본 영화가 개방되고, 인터넷이 나오면서 들었던 시부야케이 음약들. 다치바나 다카시,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같은 일본의 작가들...
한편으로 97년 이민성의 대포알 슈팅으로 '후지산이 무너졌다'는 말을 남긴 도쿄대첩의 짜릿함, 조선 총독부 건물 해체 뉴스를 보며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의 감정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기억 한편을 차지할 정도로 강렬했다.
내가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체를 통해 접한 일본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은 아니었고, 갈등의 대상이자, 가끔은 심지어 조소의 대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전성기가 화려했기에 지금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지 않은가? 내가 생각하는 초라해진 일본의 모습이 진정한 일본의 모습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0년간 추락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글로벌 3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일본이 내재한 미덕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매체나 국민들의 정서에서 그것을 심도있게 다루지 않으며 심지어 큰 관심도 두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삼 인지하게 되었다.
그런차에 이창민 교수의「지금 다시, 일본 정독」을 읽게 되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 해갈 되었다.
책의 구성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과거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로 근대초기부터 버블시대까지 일본이라는 현대 국가 사회 시스템의 성격을 조망한다. 우리가 일본, 일본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일본인의 특징적인 면이 잘 조망된다.
2부에서는 현재 일본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매체를 통해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도 있으나,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가져왔던 인식과 다른 부분의 설명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은행에 대해서 금산분리가 되고 있지 않으며, 은행을 통해 계열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관련한 부분에 대한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좋았다. 그리고 일본의 강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이야기, 1억 총 중류 사회 붕괴 후 사회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3부는 미래의 일본에 대한 전망인데 특히 인구 구조와 산업 경쟁력 제고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다. 인구 구조 변화 문제는 이제 더이상 남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일본 정보는 20년 이상 먼저 고민하여 우리에게 시사점을 남겨준다 하겠다. 3부는 우리 사회에도 가까운 미래에 닥칠 모습이라 읽으면서 곱씹어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았다.
흥미로웠던 부분
책에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흥미로웠던 부분 몇가지를 추려보았다.
대를 잇는 일본의 문화
- 일본에서는 가장권을 계승하여 새롭게 가장이 된 사람은 선대의 '이름'과 유무형의 자산을 승계받는다. 이를 슈에이 풍습이라 한다.
- 이는 원래 일본 전체의 문화적 풍습은 아니고 일부 지방의 전통이었으나 이후 예술, 무도, 상인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 실제로 일본에는 오래된 기업들이 많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도 여전히 일본에 존재한다.
- 그러나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에도 시대에 상인들이 영업권을 취득한 방식의 절반은 가업을 물려받은 것 것이 아닌 매매를 통해 양도받은 경우였다.
- 또한 이런 상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15.7년으로 일본의 장수 기업 이미지와 다르다, 더욱이 승계를 한 경우보다 매매를 통해 양도 받은 경우 생존기간이 평균보다 긴 18.1년이었다.
- 우리가 일본 상인,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몇몇 성공한 대기업 중심의 케이스이고 절대 다수는 이와는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소득세보다 소비세가 공평한 이유
- 일반적으로 많이 벌면 많이 내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한다.
- 보통 소비세는 낮추고 소득세를 높이는 정책을 쓰는데, 이는 소득의 재분배를 촉진하고 저 소득층의 소비세 부담을 낮추기 위함이다.
- 일본은 초고령사회임과 동시에, 세대간 자산 격차가 극심해서 노인들은 돈과 자산이 많지만 청년층은 자산 없이 그다지 높지 않은 임금으로 생활한다.
- 이럴 경우엔 소득세보다는 소비세를 제고하여 고령층에게 세수 증대를 노리고 청년층은 소비를 줄이고 자산형성을 촉진시키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 재산세를 높이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자산 디플레를 심하게 겪은 나라이고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촉진하려면 지금처럼 소비세 인상이 더 나은 방안이 아닐까 싶다.
일본의 미래에 대해서
- 일본의 인구감소 이슈는 이미 꽤 묵은 화제이다. 일본 정부도 우리나라 정부와 마찬가지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 노동력 확보를 위한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 시키기 위한 노력이나 외국인 간호사 유치 노력등인데 이에 대해서는 한계가 분명한 제도로 저자는 평가한다.
- 2012년 이후 일본 정부의 특정 기능 외국인 재류 자격 신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데, 14개 일자리 부족 업종에 대해 외국인 인력을 수용하여 2020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 170만 명을 유치했다. (우리나라는 거주 외국인 215만 정도, 노동자는 40만 전후이다)
- 그러나 일본의 문화적 특성으로 미래의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도 많은것 같고 이는 우리나라도 같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일본 산업적 경쟁력 대해 조금은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동차와 같이 통합형 제품의 강자인데, 이는 강력한 현장조직의 능력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최근 제품들은 pc, 핸드폰 같이 각각의 모듈을 만들어 붙이는 모듈형 제품이 많다. 이는 과감하고 신속한 판단과 과감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일본 업체들이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며
최근 일본을 투자의 대상으로, 지정학적 격동기의 동반자로, 방사능 관련해서는 민폐 이웃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나라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누구나 복합적인 감정을 가질텐데 중요한 건 우리가 좋건 싫거나 간에 곁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이웃이라는 점이고, 정치 경제적으로 그나마 유사한 방향성을 가진 나라라는 점이다.
일본에 대해 이런 조금은 건조한 톤의 자료를 읽음으로써 감정을 가라앉히고 우리 옆에 있는 나라의 존재에 대해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 점수 (5개 만점) ★ ★ ★
한줄 평 : 지금 일본은 어떤 모습인지, 감정 빼고 담백하고 알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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